용혜인은 관례를 깬 걸까 [유레카]
최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장관과 비례대표 의원을 겸직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구 의원과 달리 비례대표 의원은 장관이 되면 사퇴해온 관례를 깨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제도는 대통령제지만 헌법과 국회법이 국회의원의 총리·장관 겸직을 허
최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장관과 비례대표 의원을 겸직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구 의원과 달리 비례대표 의원은 장관이 되면 사퇴해온 관례를 깨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제도는 대통령제지만 헌법과 국회법이 국회의원의 총리·장관 겸직을 허용해온 의원내각제적 요소도 지닌다. 여기에 2000년 인사청문회법이 도입되면서 정부는 현직 의원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방식을 즐겨 써왔다. 후보자가 동료 의원인데다 장관을 지내면서도 의원직을 유지하니, 청문위원이 날 선 검증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이후 겸직 비율이 가장 높았던 정부는 문재인 정부로, 3명 중 1명꼴로 겸직했다.
법적으로 국회의원과 장관 겸직은 문제없다. 그렇다면 ‘지역구는 겸직, 비례는 사퇴’라는 관례는 왜 만들어졌을까. 지역구 의원이 사퇴하면 보궐선거를 치러야 해 소속 정당 의석이 줄어들 수 있다. 반면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하면 뒷순위가 의원직을 이어받기 때문에 자당 의석은 그대로다. 어떤 선택이 ‘유권자에게 유리한가’가 아니라 ‘소속 정당에 유리한가’를 따져 굳혀진 관례다.
용 후보자는 “당 소속 유일한 국회의원이 사퇴할 경우 원외 정당이 되는 어려움이 있다”며 사퇴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만든 위성정당(거대 정당이 비례 의석을 노리고 선거용으로 만든 정당)을 통해 두차례 당선됐다. 의원직을 사퇴하면 다음 순번인 민주당 추천 인사에게 의석이 넘어간다. 기본소득당은 원외로 밀려나 국고보조금도, 존재감도 떨어진다. 사퇴하지 않는 용 후보자에 대한 비판은 일리 있으나, 잘 생각해보면 용 후보자는 ‘소속 정당의 이익’이라는 숨겨진 관례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민주당은 위성정당이라는 꼼수와 욕심을 먼저 부려놓고, 이제 와 용 후보자가 “과도한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역시 정치인이 정치를 제일 우습게 만든다. 정말 짚어봐야 할 것은 겸직이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9년 현직 국회의원이 행정각료를 겸직하면 법안 대표발의 건수가 14.5건 감소한다는 연구를 내놨다. 국민의 대표자로서 직무에 전념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국무위원 임명으로 (국회의원) 병행이 어렵다”(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의 국회의원 사직서)는 것이 비례대표 의원에게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대선 기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제안한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 금지’에 동의했다.
